풍경정원 Landscape Garden
황량한 들판에 혼자 서 있는 꿈을 꾸었다.
사진 작업은 집 주변의 덤불에서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방황의 시간이었다.
인적이 드문 숲속은 두려워서 도시의 정원을 맴돌았다.
숲이 불안한 장소라면 정원은 사람과 어우러져 안도감을 주었다.
자연과 인간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도시화로 인해 주거의 공간은 자연과 분리되었고
집주변에 가꾸어진 정원이 자연을 대신한다.
현대인들은 위안을 받기 위해 자연을 닮은 정원을 조성한다.
그것도 용도가 다하면 언젠가 폐기되고 새로 조성된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 새겨진 그 집과 정원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
각자의 기억에 각인되어 도시의 장소성은 무한히 확장된다.
서초동 1335 Seochodong 1335
도시의 삶은 ‘속도’로 특징지어진다. 어디론가 바쁘게 걷는 사람들, 급하게 달리는 차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빠르게 변하는 도시의 풍경들. 우리가 사는 집들도 예외는 아니다. 1978년 서초동 1335번지에 세워진 12층 아파트도 이제 수명을 다해 재건축이 예정되어 있다. 하나의 꿈을 담고 있었던 집과 정원은 이제 또 다른 삶을 꿈꾸며 초고층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 새겨진 그 집의 흔적과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여기에서 내가 담아내고 기록한 것은 그 흔적의 이미지들이다.
집은 비바람을 피하고 추위와 더위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는 실용적인 기능만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에게 집은 심리적 안정과 행복을 느끼게 하는 내적 공간이다. 즉 그것은 사회로부터 돌아와 진정한 나와 마주하는 공간이며, 생존을 위한 경쟁의 논리로부터 벗어나 참다운 삶의 본질을 마주하게 되는 공간인 것이다.
도시정원 Urban Garden
삶의 목적으로 생성된 도시는 일상생활이라는 단순한 기능위주의 장소로 간주되어 발전되어왔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대도시에 집중되어 포화상태가 되면서 정원이 있는 개인주택은 점차 없어지고 도시는 밀집된 대단위 아파트 단지로 변하게 되었다. 우리의 활동영역이 집에서 도시로 확대되면서 일상의 지친 몸을 쉬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회적 장소가 필요하게 되었다. 도시문명의 속박에서 벗어나 삶을 재충전하는 역할을 하는 자연환경이 절실하게 필요하게 된 것이다. 삶을 우선으로 만들어진 거리는 걷고 산책하게 만들고 만남의 장소가 되어 생활에 활력과 즐거움을 준다. 또한 각 장소에 각자의 사연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기억된다.
도시에 몸담고 살아가며 자연을 그리워하는 도시인의 삶을 인공자연으로 표현하였다. 도시안의 자연요소는 자연의 문맥에서 떨어져 나와 인공자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보여 지며, 그 모습은 때로는 주차장의 경계 표시로 혹은 고층 건물과 어울리지 않는 꽃밭으로 보여 진다.
도시공간 Urban Space
현대사진은 다양한 장르가 서로 복합적으로 교류하면서 발전해가고 있는 시점에 있습니다. 사진의 역사가 170년을 흐르는 동안 그 표현이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인간상 내지 생활상만을 기록했던 시대를 벗어나 시대적 환경을 고발하는 비판적 시각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인구의 도시집중 현상은 사진의 주제를 자연에서 도시로 끌어들였고 스프롤 현상에 의해 주거지나 공장들이 도시 외곽지대로 빠져나갔지만 그 자리에 다시 성냥갑 모양의 아파트나 또 다른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우리의 환경은 파괴되고 훼손되어 주거환경이나 생활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도시 중심가에는 고층빌딩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도시를 걷다 보면 하늘을 쳐다보기조차 힘든 것이 우리의 삭막한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