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22에서 2025년 2월 26일부터 3월 14일까지 홍인숙 사진전 <풍경정원>이 진행된다. 변화하는 도시와 두 시리즈 속에서 사라져가는 자연, 그리고 그와 얽힌 인간의 기억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풍경정원>, <서초동 1335>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석재현 감독의 기획 아래 자연과 인간, 그리고 도시의 상호작용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홍인숙 작가는 <풍경정원>, <서초동 1335> 두 시리즈의 작품을 통해 도심 속 변화하는 공간과 자연에 남겨진 기억과 그 흔적을 조명한다. <풍경정원>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도시화된 공간 속에서 정원이라는 독특한 공간을 재구성한 작업이다. 현대 도시에서 자연은 점점 멀어지고, 그 대신 사람들이 정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위안을 찾고자 한다. 작가는 종이꽃을 덤불 속에 설치하는 작업을 통해, 자연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다시 불러내며,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삶의 연속성을 탐구한다. <서초동 1335>는 서초동 1335번지의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한 작업으로, 도시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집과 정원이 담고 있는 과거의 흔적들을 사진에 담았다. 1978년에 세워진 이 아파트는 2021년에 재건축되었지만, 그 안에 담긴 기억은 여전히 살아 있다. 집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서,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과 기억의 장소로 기능한다. 작가는 이 공간을 통해, 우리의 일상과 그 속에 숨어 있는 감정들을 기록하며, 변화하는 도시와 그 안에서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탐구하였다. 홍인숙 작가의 정원은 이제 자연을 그대로 반영하는 공간이 아니라, 도시화된 삶 속에서 인간의 내면적인 안도감을 찾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변모한다.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자연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지를 사진으로 표현한다.
인간의 삶과 그 속에서 형성된 정서를 사진으로 깊이 탐구한 홍인숙 작가의 작품 <풍경정원>과 <서초동 1335>는 시간이 지나 사라져가는 것들 속에서 여전히 살아있는 기억과 그 흔적을 보여주며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고 있다. 전시를 통해 변화하는 도시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의미를 되새겨보기를 바란다.
홍인숙- 사진으로 환생한 정원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
이미지는 무엇인가를 간절하게 부른다. 사라진 것들, 부재하는 것들을 안타깝게 호명한다. 그것은 오래전에 괄호 안에 가둬진 것들이고 단단하게 봉인된 것들이자 시간의 무게와 압력에 의해 흐려지고 망실된 것들을 불현듯 살려내고 현재의 시간 위로 집어 올려 밀착시켜 놓는다. 괄호를 해체하고 봉인의 단단한 조임을 풀고 지난 망각의 시간을 불러내고 희박해진 것들에 형상을 입히며 지워지지 않는 것들과 대면하게 되는 것이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태동 된 형상은 무엇인가를 대리하는 존재로서 심리적인 위안과 정신적인 사유의 밀도를 높인다. 그것은 단지 죽은 과거를 되살려놓는 행위라기보다는 시공간의 위계를 흔들고 생사의 단락을 부수고 의식과 무의식의 구분도 무화시키고 현재의 흐름을 여러 겹의 이질적인 생성적 공간으로 만들면서 현실계와는 다른 낯선 경험 속으로 보는 이를 밀어 넣는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다소 경이로운 체험을 한다. 한 장의 사진이 주는 힘이 그렇다.
홍인숙은 자기 삶의 주변에 있는 풀숲을 찾아 촬영에 나섰다. 비교적 인적이 드문 도시 속의 정원들이다. 작가는 숲이나 덤불들 사이에 흩어져 피어있는 꽃을 소재로 촬영했다. 제 자리를 악센트처럼 강조하며 자립하고 있거나 빨갛게 달아오른 여러 송이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거나 적막함 속에 조심스레 뒤척인다. 장미꽃을 소재로 한 사진이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풍경에 기대하는 드라마틱한 풍경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다소 건조하고 밋밋한 풍경인데 반면 신선하게 밝은 녹색의 숲들은 햇살/빛을 받아 더욱 환하게 빛나고 그 광휘가 숲 전체에 신비로움을 안겨준다.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이지만 빛과 그늘과 여러 겹의 층을 지닌 숲의 깊이가 모종의 신선함과 매혹감을 안겨주는 이른바 ‘언캐니’한 부분을 거느리고 있다. 아마도 작가는 이 시간, 특정 순간을 공략해서 촬영했을 것이다. 더구나 저 빛들이 방사되어 낙진처럼 숲으로 퍼져나가면 그 색상을 녹색 혹은 초록이라고 말해야 하는 우리의 언어는 너무나 궁핍하고 불구적이 되고 말 것이다. 그저 형언할 수 없는 다채롭고 변화무쌍한 여러 ‘그린 색’의 스펙트럼을 만들어내며 지속적으로 흘러가는 모습을 다만 지켜볼 뿐이다. 저 색채를 지시할 수 있는 인간의 언어/문자는 부재하다. 다만 감각적으로 또는 정서적으로 색을 이해하려고 할 뿐이다. 더불어 숲의 내부가 얼마나 깊거나 얕은가에 상관없이 모든 초록과 갈색의 나무가 만드는 자연, 숲의 공간은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곳이다. 숲의 공간 자체가 머금은 명암과 빛의 이동과 편차에 따라 꽃의 후경은 결코 단일하지 않고 훨씬 깊숙한 깊이를 조성하게 된다.
그러나 이 숲들은 대부분 도시 속의 숲이고 인공의 정원인 셈이다. 작가가 자신의 생활 반경에서 발견한 이 자연은 도시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도시 속 대부분의 자연은 인간을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된 공간이고 그것은 항상 그것이 아니라 여기에 없는 자연을 지시하고 추억하기 위한 배려로 만들어진 ‘가짜 자연’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로수나 아파트 단지 내의 작은 정원, 개인 주택의 마당이나 베란다에 설치된 소규모의 화단, 그리고 온갖 화분 등이 모두 실제 자연의 부재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는 인공의, 가축화된 자연에 해당한다고 본다. 도시인들은 자연을 지우고 세운 도시공간에서 자연의 자취를 안타깝게 찾고 식물성의 흔적으로 보듬어 일상의 공간 언저리에 부단히 위치시키고자 열망한다.
다시 이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사진 속의 꽃들은 익숙하게 보아온 장미꽃과는 어딘지 이상하고 어색하다. 그것은 실제 장미꽃이나 여타 꽃들이 아니라 색종이를 접어 만든 종이꽃이다. 가짜 꽃이고 의사 자연이자 눈속임의 역할을 하는 조화인 셈이다. 사실 우리 주변에 흔한 플라스틱 조화 내지 지화는 생화를 대신해 어느 자리에서 역할을 대리하면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때를 입으며 더러워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작가는 각종 색깔을 지닌 색종이를 접어서 꽃의 형태와 지지대를 만든 후 주변 정원, 숲으로 가서 마치 실제로 꽃이 피어있다는 듯이 종이꽃들을 줄기 등에 단단히 부착시켜 놓았다. 마치 연등을 달거나 알전구를 달아주듯이 꽃이 없는 풀숲이나 풀 더미의 곳곳에 정성껏 종이꽃을 일시적으로 가설한 것이다. 대부분이 빨간 장미꽃이지만 주변 상황/조건에 따라 그에 맞는 다채로운 색종이와 문양이 들어간 여러 종이꽃들이 동원되어 재현 작업에 종사한다. 동시에 얇은 평면의 종이를 접어서 조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실제 꽃을 다는 작업이 완성되어야 비로소 촬영 작업이 뒤를 잇는다.
작가는 꽃이 없는 곳에 꽃을 첨가하며 자연에 개입한다. 그것은 자연을 더욱 자연스럽게 만드는 방식일 수도 있고 또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연의 순환 주기를 앞당기거나 늦추는 일이 된다. 물론 이 작업은 일시적인 눈속임과 착시에 기반한다. 생각해 보면 사진은 그런 트릭을 정말 그럴듯하게 믿게 만들어 주는 강력한 장치의 역할을 한다. 단지 여러 개의 색종이꽃이 숲에 매달리는 순간 풍경은 새로워졌고, 낯설어졌고 계절을 잠시 초현실적으로 뒤바뀌기도 한다. 무성한 녹색의 풀들만이 우거진 도시 인근 숲이나 정원에 종이꽃을 선사/가설하는 행위는 다분히 공공미술적인 성격 내지 공동체 구성원들의 삶의 환경에 개입하는 측면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쩌면 이 사진은 그러한 욕망의 순진한, 너무 순수한 희망의 실천적 행위를 실현한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다.
작가는 유년 시절 아버지가 만들어 주었던 집 안의 작은 정원에 대한 추억에 대해 말한다. 병으로 인해 이른 나이에 돌아가신 부친의 죽음, 그에 따라 아버지의 손길로 이룬 정원이 이내 황폐해져 버리고 만 사연은 작가에게는 일종의 트라우마가 되고 아픈 기억이 되었고 나아가 미완의 꿈이자 마저 이루어야 할 과제가 되었다고 본다. 오랜 세월이 흘러 작가는 집 주변의 나무와 숲을 다시 보았다. 집 주변과 일상의 공간에 인접한 숲/공원을 보면서 문득 아버지가 만들어 주었던 유년의 정원, 소박했지만 더없이 소중했던 그 기억을 불현듯 떠올려본 것이다. 꽃이 없는 곳, 꽃이 피지 않는 곳은 불모와 부재, 미완의 것이기에, 아버지의 빈 자리를 가슴 아프도록 환하게 비춰주는 장소이기에 작가는 이를 보완하고 충족시켜 시린 기억을 두텁게 보듬으려 했다.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의 허전함을 메꾸고 기억 속에 간직된 아버지와 정원에서의 시간을 연장, 지속하려 했다. 그래서 작가는 인공의 종이꽃을 화려하게 만드는 조각 작업을 선행하고 이를 인근 숲/정원에 박힌 풀들의 줄기에 부착하는 설치 작업을 해나가면서 마치 아버지의 정원을 복원하듯, 혹은 이를 다시 일으켜 세우듯이 작업한 연후에 그 결과물을 찬찬히 훑어보면서, 옛 기억을 떠올리면서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사라진 시간의 어느 한때가 빛과 함께 환하게 살아나는 순간이다.
<풍경정원>
황량한 들판에 혼자 서 있는 꿈을 꾸었다.
사진 작업은 집 주변의 덤불에서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방황의 시간이었다.
인적이 드문 숲속은 두려워서 도시의 정원을 맴돌았다.
숲이 불안한 장소라면 정원은 사람과 어우러져 안도감을 주었다.
자연과 인간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도시화로 인해 주거의 공간은 자연과 분리되었고
집주변에 가꾸어진 정원이 자연을 대신한다.
현대인들은 위안을 받기 위해 자연을 닮은 정원을 조성한다.
그것도 용도가 다하면 언젠가 폐기되고 새로 조성된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 새겨진 그 집과 정원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
각자의 기억에 각인되어 도시의 장소성은 무한히 확장된다.
종이꽃을 덤불에 설치하여 자연을 재구성하였다.
과거의 시공간이 겹쳐진 현재를 이미지로 고정시키고
변화하며 지속되는 일상의 연속성과 마주한다.
종이꽃을 접어 자연에 설치하는 과정은 잠재된 기억을 불러냈다.
어느 날 장미정원을 만들고 촬영하기 좋은 빛을 기다렸다.
문득 열 살 무렵의 꽃밭과
한여름 햇볕을 가려주던 아버지의 수세미 넝쿨이 떠올랐다.
그 집을 떠나고 기억에서 꽃밭은 잊혀졌다.
그 후 긴 시간 화려한 봄꽃을 마주할 수 없었다.
종이를 접어 덤불에 설치하며 기억을 소환하고 지속적인 생명을 불어넣는다.
사진으로 그 흔적을 남긴다.
그것은 비바람에도 꽃을 피워내는 삶의 정원이다.
정원을 소유할 수는 없지만
자연을 곁에 두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상상 속 정원이다.
홍인숙 HONG Insook
honginsook.co.kr
중부대학교 문화컨텐츠학과 사진전공 박사과정 수료
중부대학교 인문산업대학원 사진영상학 석사
개인전
2025 “풍경정원” SPACE22, 서울
2021 “풍경정원” 제5회 부산국제사진제 자유전, 부산
2018 “서초동 1335”, gallery Now, 서울
2018 “서초동 1335”, GS타워 The Street Gallery, 서울
2008 “도시공간” gallery M, 서울
수 상
2025 “풍경정원” SPACE22 공모작가 선정
2021 “풍경정원” 제5회 부산국제사진제 자유전 공모작가 선정
2019 “풍경정원” 제18회 동강국제사진제 국제공모작가 선정
작품소장
2019 “Landscape Garden” 사진과 영상
IPC(International Peace Center)
2016 “도시정원” 중부대학교 고양 캠퍼스
초대전
2024 한중국제사진전 “렌즈로 세상을 보다”, 예술곳간, 청주
2020~2024 “풍경정원”
POESIS 초대전, 신구대학교 식물원, 성남
2019 ARTISTERIUM “Vision of Collaboration”
Leonidze State Museum of Literature, Georgia
2019 Korea Contemporary Photo Exhibition “Different Reality”
35th Jubilee International Sarajevo Festival ‘Sarajevo Winter’
2019 “서초동 1335”, 여미 갤러리, 서산
2018 “서초동 1335”, 수원국제사진축제, 수원
2018 “Chaos”, 갤러리 예, 안동
2013 경남현대사진 국제페스티벌, 315아트센터, 마산
“Environment and Life”
2012 대구사진 비엔날레 “MEDITATION”, 갤러리 GOTO, 대구
2012 “도시, 사진적 풍경 II”, 갤러리 아트사간, 서울
2011 “도시, 사진적 풍경 I”, 갤러리 아트사간, 서울
단체전
2016~2024 IMAGO 사진학회 사진전, 대전, 서울
2020 한국사진교육학회, 서울
“Polish one’s mind and Look in the mirror”
2016 중부대학교 사진영상학과 20주년 기념 전시, 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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